거인 골리앗의 키는 진짜 2m38㎝였을까

거인 골리앗의 키는 진짜 2m38㎝였을까

다윗의 돌팔매에 쓰러진 거인 골리앗이 구약성서에 묘사된 것처럼 몸집이 거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골리앗의 키는 도시의 벽 크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실제 사람을 말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제프리 채드윅 교수 연구진은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 동방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블레셋 전사 골리앗의 키는 구약성서에 2.38m로 나오는 데 지난해 발굴한 고대 블레셋의 도시 갓의 관문 벽 폭과 일치라는 크기”라고 밝혔다.

채드윅 교수는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에 “구약에 나오는 골리앗에 대한 묘사는 그가 실제로 오늘날 미국 프로농구 선수보다 큰 사람이라기보다는 방벽의 크기와 강도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전사임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2.38m 키는 다시 방벽의 폭과 같아

가나안족은 4700~4500년 전 초기 청동기 시대에 처음 갓을 점령했다. 1000년 이후 구약에 이스라엘 민족의 적으로 나온 블레셋인들이 도시를 재건했다. 갓은 구약에서 골리앗을 언급했던 3000년 전 철기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학자들은 그동안 다윗과 골리앗이 당시 실제 전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인지 논란을 이어왔다.

갓 유적지는 오늘날 이스라엘의 텔 에스-사피 지역에서 발견됐다. 이스라엘 바-일란 대학의 아렌 마에이르 교수 연구진은 1996년 이래 이 지역을 탐사했다. 마에이르 교수는 채드윅 교수와 함께 갓으로 들어가는 문을 발굴했다. 이곳에서 골리앗과 연관되는 이름 두 개가 새겨진 도기 파편도 발견됐다. 갓이 2850년 전 침략군에 파괴됐음을 보여주는 유물들도 나왔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이집트에서 쓰인 1큐빗이 52.5㎝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학자들은 갓을 비롯해 고대 이스라엘 지역에서 같은 단위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채드윅 교수는 여러 고대 유적지 발굴을 토대로 두 지역의 단위가 조금 달랐다고 주장했다.

채드윅 교수는 다른 연구진들이 발굴한 갓과 다른 고대 이스라엘, 유대왕국, 블레셋 왕국의 도시 건물들은 세 가지 주요 척도에 바탕을 두고 건설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척도에는 오늘날 54㎝에 해당하는 큐빗(이집트의 52.5㎝ 큐빗과 다른 단위), 그보다 짧은 38㎝ 큐빗, 그리고 성인의 펼친 손 길이에 해당하는 22㎝ 지간(支間) 단위들이다.

채드윅 교수는 고대 유적지의 석조물이 이 세 가지 척도를 다양하게 조합해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북부의 에트-텔이라는 거주지는 도시 정문의 두 기둥이 각각 2.7m 폭인데 이는 54㎝ 큐빗 5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도시 정문의 안쪽 기둥 네 개는 각각 폭이 2.38m이다. 이는 54㎝ 큐빗 4배와 22㎝ 지간 하나를 합친 것에 해당한다. 에트-텔 발굴지는 성서에 나오는 도시 베싸이다로 본다.

채드윅 교수는 2019년 발굴에서 갓의 방벽을 통과하는 문들 중 하나를 발견했다. 에트-텔의 문에 있는 내부 기둥처럼 것의 문도 폭이 4큐빗과 1지간에 해당하는 2.38m로 측정됐다. 이는 성서에 나오는 골리앗의 키와 같다. 채드윅 교수는 “고대 저술가들은 당시 골리앗이 도시의 벽만큼 크고 강하다고 묘사하기 위해 키를 표현할 때 실제 건축물의 단위 기준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38m         ERIC WELCH


철기시대에 건설된 도시 에트-텔의 방벽 유적. 폭이 성서에 나온 골리앗의 키에 해당하는 2.38m이다.
골리앗의 고향인 갓에도 같은 크기의 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ERIC WELCH

*자료출처 / 조선일보 2020. 11. 25 경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