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도심도 점령한 메뚜기떼 “알 20개, 1년만에 10만마리로”
https://news.joins.com/article/23800807?cloc=joongang-home-toptype1basic
인도 서북부인 라자스탄 주의 자이푸르시. 건물 옥상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메뚜기떼가 가득 찼습니다. 계단과 건물 벽에도 메뚜기떼가 새까맣게 붙어 있고요. 하늘을 뒤덮은 메뚜기떼의 모습은 마치 성경 속 메뚜기떼의 재앙이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애니띵] 메뚜기 농장에 가다
풀무치, 벼메뚜기보다 몸집도 식성도 3배
엄청난 기동성 “잡으려니 강 건너로 날아가”
도대체 메뚜기의 식성과 번식력이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걸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번식 '끝판왕'…“20개 알이 1년 만에 10만 마리로”
농장 대표인 복현수(36) 씨를 따라 비닐하우스 내부의 실내사육장으로 들어가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메뚜기떼가 여러 개로 나뉜 그물망 안에 있었습니다. 입구 바로 앞의 그물망에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메뚜기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메뚜기예요. 식용 곤충으로 30만 마리 정도 사육하고 있어요.” (복현수 대표)
사육장 안으로 좀 더 들어가니 벼메뚜기보다 2~3배는 커 보이는 다른 메뚜기들이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프리카와 인도를 휩쓸고 있는 메뚜기떼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였죠.
“풀무치라고 부르는 대형 메뚜기인데 아프리카에 피해를 주고 있는 사막 메뚜기와 비슷한 종이에요. 벼메뚜기보다 3배나 더 먹기 때문에 성장이 굉장히 빠르고 번식력도 강하죠.” (복현수 대표)
그가 그물망 안에 밀을 가득 넣자 풀무치들이 순식간에 달라붙어 잎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금세 풍성했던 잎은 사라지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더군요. ‘순삭’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였죠.
복 대표는 “태어난지 한 달 만에 성충이 된 풀무치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풀을 먹으면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번식한다”며 “작년에 알 스무개를 받아서 사육을 시작했는데 올해 안에 10만 마리까지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뛰어난 기동성 "잡으려니 강 건너로 날아가"
사막 메뚜기는 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풀무치는 중앙아시아와 중국에 주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1㎢ 면적의 무리가 하루에만 3만 5000명분의 식량을 해치울 만큼 엄청난 식성을 가지고 있어요.
메뚜기떼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엄청난 기동성 때문입니다. 벼메뚜기 같은 작은 메뚜기는 좁은 지역에 머물지만, 대형 메뚜기들은 날개를 이용해 하루 최대 150㎞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메뚜기떼가 서식하기 좋은 덥고 습한 환경이 형성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하게 불어나 세계 곳곳에서 식량난을 일으키고 있죠.
“실제로 풀무치를 잡으려 했더니 날아서 강을 건넜을 정도로 대형 메뚜기는 이동성이 강해요. 척박한 곳에 살다가 서식 환경이 좋아지면서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늘어났고, 원래 있던 지역이 숫자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거죠.”(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파키스탄, 메뚜기를 닭 모이로 활용
인도 당국은 피해 지역에 메뚜기 대응 전문팀과 소방관을 파견했고, 차량과 드론을 동원해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메뚜기를 잡은 뒤에 사료를 섞어서 닭 모이로 만드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메뚜기떼의 규모가 워낙 커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한 메뚜기는 식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벼메뚜기는 말려서 식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형 메뚜기 종인 풀무치는 현재 식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 아라비아반도의 예멘도 메뚜기를 요리해 먹는데요. 하지만 요즘처럼 대규모의 메뚜기떼가 창궐하는 시기에는 독한 살충제를 뿌리기 때문에 오히려 메뚜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심해지는 대형 메뚜기떼의 습격,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공성룡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