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덱사메타손


정은경 “트럼프에 쓴 염증약, 코로나 중증 환자용”

최근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용하고 있는 ‘덱사메타손’과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초기의 상황이 지난 환자의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항염제(抗炎劑)”라고 5일 밝혔다.

지난 10월 2일(현지시간) 양성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증상이 악화돼 염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국내에서도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이후 증상이 악화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정은경 청장은 전했다.

정 청장은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주로 램데시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 제제를 주로 투여하고 어느 정도 초기의 상황이 지난 다음 염증 등이 문제가 될 때 덱타메타손을 치료약으로 쓰는 방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 “덱타메타손 투여는 항바이러스 효과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염증을 완화하는 항염증 작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유튜브 백악관 공식 계정에 따르면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는 4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대통령은 두 차례의 산소 포화도 저하를 겪었다”며 “대통령을 상대로 덱사메타손을 투약했다”고 밝혔다.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이 개발중인 항체 약물, 길리어드렘데시비르를 각각 투여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방된 세번째 약물이다.

콘리는 회견에서 “이 경우 치료 초기 (덱사메타손 투약의) 잠재적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덱사메타손은 위염, 구토, 두통, 어지러움, 불면증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원 가능성이 제기돼왔지만, 중증 환자에게 사용되는 덱사메타손을 썼다는 의료진 발표가 나오면서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 형태의 항염제로 알레르기, 습진, 관절염, 천식 치료제로 사용돼왔다.

지난 6월 16일 BBC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코로나 환자 2000명에게 이 약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장기간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이 28~40%가량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정은경 청장은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라기보다 염증 반응을 완화시켜주는 보조적 치료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 체계적인 임상연구가 필요한지 임상전문가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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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 쓰면 중환자실 간다"는데…내일 백악관 간다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그의 상태와 병의 진행 정도를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이 낙관적 전망을 앞세우며 치료 정보를 뒤늦게 알리거나, 상충하는 설명을 내놓으면서다. 

콘리 주치의는 4일(현지시간) 월터리드 군병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 뒤 두 차례 혈중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를 공급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치료받던 지난 2일 오전 고열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떨어지자 추가 산소를 공급했고, 3일 다시 산소포화도가 93% 아래로 떨어져 같은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산소포화도는 정상 범위를 95~100%로 보는데, 코로나19 환자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떨어지면 중증으로 여긴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콘리 주치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산소 공급을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 요리조리 답변을 피했다.
 
의료진 일원인 브라이언 가리발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날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제부터 덱사메타손 투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상태가 좋으면 이르면 내일 백악관으로 돌아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계획"이라고 말했다.
 
덱사메타손은 면역체계 과잉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만 투여할 것을 권고한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기계식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나 추가 산소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투약하도록 했다.
 
의료진은 결국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쓰는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막 시작했다면서도 다음 날 퇴원할 수 있다는 '처방 따로, 경과설명 따로' 식 언급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감염병 전문가인 로첼 월렌스키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사용한다고 하면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상황이 점점 악화해 중환자실(ICU)로 가는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고 NYT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악관 발표보다 대통령 상태가 더 심각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토머스 맥긴 전문의는 "덱사메타손은 환자 상태가 급속히 악화하는 경우가 아니면 잘 안 쓰는 약"이라면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대통령 상태가 더 심각한가? 대통령이어서 더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건가? 여러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치료 방향을 정하거나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주문한 결과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환자와 주치의 관계가 아니라 최고통치권자와 명령 수행자 관계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자가 치료의 결정권을 갖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과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른바 'VIP 증후군'이다.
 
실제로 참모들은 대통령 심기를 살피느라 거짓 또는 부실 답변을 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 상태가 위중했던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병의 진행에 관해 의료진과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인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CNN은 "의사가 아니라 홍보맨이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알리사 페라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치료 중인 환자 기분을 끌어올려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일반적인 의료 행위"라며 콘리 주치의를 두둔했다.
 
이날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슴 X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영상 정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 폐에 손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세한 언급을 피한 채 "예상했던(expected) 대로"라고만 언급했다.
 
응급의료 전문가인 리나 웬 박사는 CNN에 출연해 "가슴 X레이가 정상이었으면 정상이라고 답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예상'되는 가슴 X레이 결과는 폐렴인데, 폐렴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언제 마지막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 또 언제 첫 양성 판정을 받았는지 백악관이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거듭된 질문에도 백악관이 답변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받는다던 코로나19 검사를 최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안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 하는 이유로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대통령을 만나는 모든 사람은 검사를 받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해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신속진단을 통해 1차로 양성 판정을 받고도 이를 숨긴 채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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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투여된 약이 공개되며 알려진 것보다 더 중증 상태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대통령 숀 코리 주치의는 4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처방한 약 종류를 공개했다. 공개한 약 목록은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제), 렘데시비르, 리제네론 신물질, 징크, 비타민D, 아스피린 등이었다.  
 
이 가운데 ‘덱사메타손’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약을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19 환자에게만 투여해야 한다”며 “우리는 심각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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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메타손 패키지의 모습. 염증 억제 작용이 있는 합성 부신피질호르몬제인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았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염증 억제 작용이 있는 합성 부신피질호르몬제인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았다. 이 실험에 따르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의 경우 35%, 산소 보충 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 20% 정도 사망률이 각각 낮아졌다고 한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교하게 진행한 실험은 아니지만 약 6000명이 넘는 환자가 참여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실험 결과 인공호흡기를 하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특히 컸고 산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생존율 개선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약을 썼다면 최소한 산소 치료를 필요로 하는 폐렴이 왔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면역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독이는 역할을 하지만 정상적인 면역반응도 억제한다는 단점이 있어 폐렴이 없는 경증 환자에게는 보통 쓰지 않는다”며 “이 약을 썼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렴이 동반된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소 공급은 생명 유지에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산소 포화도가 정상범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건 폐렴 증상이 뚜렷한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소포화도는 일반적으로 95~100%를 정상 범위로 보며 90% 밑으로 떨어지면 저산소혈증이라고 판단한다. 5일(현지시간) 숀 코리 박사는 지난 2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94% 밑으로 떨어졌고, 약 2ℓ의 산소 보충이 이뤄진 뒤에 포화도가 95% 이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산소포화도가 93%까지 떨어졌다고 알려졌다.
 
이재갑 한림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산소 포화도가 낮은 중증 폐렴 등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데이터가 있다”면서도 “투약 결정은 전적으로 주치의의 판단이기 때문에 이 약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중증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VIP이기 때문에 더 악화하기 전에 치료진이 예방 차원에서 미리 투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덱사메타손 외에도 지난 2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해 렘데시비르도 투여받았다.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이 약은 지난 5월 미 식품의약처(FDA)로부터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렘데시비르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지만 꼭 중증 환자에게만 투여해야 하는 약은 아니다”면서도 “덱사메타손은 초기 경증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약이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확진 판정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생명공학 회사리제네론이 개발하고 있는 단일클론항제 약물도 투여받았다.
리제네론은 코로나19 초기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매우 좋은 상태이고, 백악관으로 돌아와 업무에 복귀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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