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님,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Lord Jesus Christ,
Son of God, have mercy upon us!
이 예수기도는 동방정교에서 끊임없이 하나님을 생각하고 기도하고자
(이런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심장의 기도라고 한다)
수행하는 수도사들이 사용하던 한마디기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절실한 심정을 나타내는 이러한 기도는 신약성경에서 그 모범을 찾을 수 있습니다.
( 누거복음 18:9-14의 세리의 기도, 18:35의 길가의 소경의 외침)
위의 문장 형태를 갖춘 예수기도는 이미 6세기부터 찾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동방정교에서는 이 기도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온전한 하나님과의 합일을 추구합니다.
다음의 글은 “어느 러시아 순례자의 진실한 이야기”(Herder, 1990, 162-163쪽)라는 책에서
예수기도의 뛰어난 점을 설명한 부분을 번역한 것입니다.
동방기독교의 이러한 수도방식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예수기도의 고귀함은 다음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그 형태에서부터 이미 드러난다.
첫 번째 부분인 ‘주 예수님, 하나님의 아들이시여’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 안으로 이성을 인도한다.
또는 거룩한 교부들의 말을 빌리자면 전체 복음을 짧은 형식으로 나타낸다.
반면 두 번째 부분인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는 우리의 무능력과 죄로 얼룩진 역사를 나타낸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가련하고 죄를 지은 겸손한 영혼의 요구와 간구를 이보다 더 지혜롭고 근본적이며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다른 어떤 표현도 충분하지 못하며 이만큼 완전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나의 범행을 없애 주십시오!’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이 모든 말은 열성이 부족하고 소극적인 영혼의 두려움의 결과로서
오직 벌을 면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말은 용서를 구하는,
두려움에 찬 소원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를 바라며,
겸손함으로 자신의 무능력을 인식하고 영 안에서 자신을 지배하고자
자신의 의지를 꺾으려는 아들의 사랑에서 나온 진실한 외침이다.
이는 은혜를 구하는 외침,
즉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의 능력의 은사 안에서 그 모습을 나타내는 자비를 구하는 외침,
죄를 지으려는 본성을 능히 극복하기 위해 시험에 견고히 저항하도록 하는 영의 능력을 구하는 외침이다.
마치 빚진 자가 구걸하는 자로서 주는 자에게 단지 빛을 탕감해 달라고 비는 것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적선을 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의 극심한 가난을 보고 주는 자가 부탁한 자를 불쌍히 여기듯이 이 심오한 말은 같은 작용을 한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말하자면 이런 표현이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제 죄를 용서해 주시고 제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며,
내 영에 주님의 명령을 좇을 수 있는 열심을 허락하소서.
은혜를 베푸시고 지은 죄를 용서하시며 나의 산만한 감각과 의지,
마음을 오직 한분이신 주님께로 향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