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맞이하는 구상 시인의 마음처럼....

성탄을 맞이했던 구상준 시인의 시를 소개합니다.

구상준씨의 필명은 구상(具常, 1919. 9. 16-2004. 5. 11)이라고 합니다.

카토릭교회 교인이었던 구상 시인은 평소에 ‘사회에 올바름이 없더라도 기독교인은 바르게 살아야 한다.’ 라고 자주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성탄을 일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을 모시고 있어

저 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

그 무한한 당신의 사랑 앞에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

‘지극히 높은 데에서는 천주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

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

귀먹어 지내고 있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

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

십자가로 당신을 완성하신

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

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